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런칭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정할 것은 컬러도 폰트도 레퍼런스도 아닙니다. 누가 이 화면에 오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나가야 하는가. 이 두 줄이 밑그림이고, 여기가 비어 있으면 그다음 결정은 전부 취향 싸움이 됩니다.
신규 브랜드의 사이트는 확인용이 아니라 설득용입니다
이미 알려진 브랜드의 사이트는 확인하러 오는 곳입니다. 방문자가 이름을 알고 검색해서 들어와, 가격·재고·매장 같은 걸 확인하고 나갑니다. 사이트는 이미 만들어진 신뢰를 정리해 두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막 런칭하는 브랜드는 사정이 다릅니다. 방문자 대부분이 이 브랜드를 그 화면에서 처음 봅니다. 무엇을 파는지, 왜 이 가격인지, 믿어도 되는 곳인지를 전부 그 자리에서 처음 판단합니다. 같은 '브랜드 사이트'라는 이름을 쓰지만, 신규 브랜드의 사이트가 해야 하는 일은 확인 창구가 아니라 설명과 설득입니다.
그런데 런칭 준비를 시작하면 보통 손이 가는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레퍼런스를 모으고, 컬러와 폰트를 고르고, 로고를 다듬습니다. 전부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답입니다. "무엇을 하게 할까"에 대한 답은 아직 아무도 정하지 않은 채로요.
이 순서가 뒤집히면 제작 내내 대화가 취향 논쟁이 됩니다. 이 색이 나은지, 이 사진이 나은지, 이 문장이 나은지 — 판정할 기준이 없으니 결국 목소리가 큰 쪽이나 마지막에 말한 쪽이 이깁니다. 그렇게 나온 화면은 예쁠 수는 있어도 무언가를 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무엇을 위해 고르는지가 안 정해져 있어서입니다.
디자인 전에 정하는 세 가지
- 1순위로 상대할 방문자 한 명. 연령·성별 같은 인구통계가 아니라 상태로 나눕니다. 브랜드를 처음 보는 사람, 이름은 듣고 확인하러 온 사람, 입점·제휴·투자처럼 검토하러 온 사람 — 런칭 직후에는 이 셋이 다 옵니다. 그런데 첫 화면은 하나입니다. 1순위를 정해야 나머지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서'로 정리됩니다. 안 정하면 셋 모두에게 동시에 말하려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화면이 나옵니다.
- 그 사람이 하고 나가야 할 행동 하나. 구매인지, 문의인지, 사전예약·뉴스레터 등록인지, 소개서 요청인지. 런칭 초기에는 즉시 매출보다 연락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재고·입점 일정이 아직 붙지 않았는데 구매 버튼만 크게 걸어두면, 어렵게 모은 관심이 준비 안 된 순간에 그냥 흩어집니다. 행동이 정해져야 페이지 길이도, 필요한 증거의 종류도, 버튼에 쓸 문장도 따라서 정해집니다.
- 아직 없는 것을 어떻게 다룰지. 신규 브랜드에는 후기도, 납품 사례도, 누적 판매량도 없습니다. 이 빈자리를 그럴듯하게 채우려는 순간 사이트가 무너집니다 — 없는 후기와 부풀린 숫자는 방문자보다 만든 사람이 먼저 압니다. 대신 신규 브랜드에만 있는 재료가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 소재와 공정을 그렇게 정한 이유, 만드는 사람, 하지 않기로 한 것. 실적이 없을 때 신뢰를 만드는 건 판단의 근거입니다.
이 셋이 정해지면 그다음 디자인 결정의 질문이 바뀝니다. "어떤 게 더 예쁜가"가 아니라 "어떤 게 1순위 방문자를 그 행동까지 데려가는가". 취향의 문제가 판정 가능한 문제로 내려옵니다. 레퍼런스도 그때부터는 예뻐서가 아니라 그 일을 해내고 있어서 고르게 됩니다.
런칭 전 점검 다섯 줄
지금 준비 중인 브랜드가 있다면, 화면을 열기 전에 이 다섯 줄부터 적어 보세요.
- 1순위로 상대할 방문자는 셋 중 누구인가 — 처음 보는 사람 / 확인하러 온 사람 / 검토하러 온 사람?
- 그 사람이 나가기 전에 했으면 하는 행동이 하나로 적혀 있는가?
- 그 행동을 하기 전에 방문자가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을 적어 봤는가?
- 후기·실적이 없는 자리를 지어내지 않고 채울 재료가 준비돼 있는가?
- 지금 모아둔 레퍼런스는 예뻐서 모은 것인가, 그 행동까지 데려가서 모은 것인가?
위의 두 줄이 비어 있는 채로 디자인부터 시작하면, 런칭은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화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이트가 나중에 어떤 상태가 되는지는 예쁜데 문의가 없는 홈페이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로고·브랜드 가이드가 아직 없는데 사이트를 먼저 준비해도 되나요?+
1순위 방문자·행동 하나·신뢰 재료는 로고 없이도 정할 수 있고,
정해져 있으면 로고와 톤도 취향이 아니라 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확정 전 로고로 화면을 다 만들면 교체 비용이 붙으니, 자리만 비우고 구조부터 잡는 편이 낫습니다.
후기도 사례도 없는 신규 브랜드는 무엇으로 신뢰를 만드나요?+
쓸 수 있는 재료는 판단의 근거입니다 — 만드는 과정, 소재·공정을 그렇게 정한 이유,
만드는 사람의 이력, 하지 않기로 한 것. 실적은 시간이 쌓아주지만 근거는 런칭 첫날에도 있습니다.
런칭할 때 처음부터 여러 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나요?+
페이지 수는 브랜드 규모가 아니라, 방문자가 그 행동 전에 확인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인가로 정합니다. 확인할 게 늘어나면 그때 페이지를 늘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밑그림이라는 이름은 이 순서에서 나왔습니다. 화면을 그리기 전에, 무엇을 위한 화면인지부터 그린다는 뜻입니다.
런칭을 준비 중이라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먼저 짚어 보세요 — 3분이면 어디가 비어 있는지 나옵니다.